2004년 개봉한 영화 클로저(Closer)는 사랑과 욕망, 배신과 집착이 얽힌 네 남녀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연극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날카로운 대사와 사실적인 감정 묘사를 통해 사랑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네 명의 주인공, 댄, 앨리스, 안나, 래리는 모두 사랑을 원하지만, 그 방식과 태도는 제각각 다릅니다. 때로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자기 자신의 욕망과 불안을 채우기 위해 사랑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클로저 속 네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며, 그들의 속마음과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영화 <클로저> 사랑과 집착 사이
댄(주드로)은 기자로 일하며 소설가를 꿈꾸는 인물입니다. 그는 운명적인 사랑을 원하지만, 동시에 쉽게 흔들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앨리스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며 연인이 되지만, 이후 안나를 만나면서 또 다른 사랑을 갈망하게 됩니다. 댄의 심리를 분석해 보면, 그는 사랑에 대해 강한 로망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진정한 사랑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앨리스에게 애정을 쏟다가도, 안나를 만나자마자 빠져들며 그녀를 적극적으로 유혹합니다. 하지만 안나와의 관계가 시작되자 곧 후회하고, 다시 앨리스에게 돌아가려 합니다. 이는 그가 사랑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늘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거라 믿는 심리를 반영합니다. 댄의 이러한 태도는 연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택 장애'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누구 한 사람에게 온전히 머물지 못하며, 늘 다른 사람에게서 더 나은 무언가를 찾으려 합니다. 이는 결국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상처를 남기는 행동입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앨리스가 그를 떠나고, 그는 혼자가 되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는 그가 스스로 만든 감정의 혼란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앨리스 사랑을 가장한 도피
앨리스(나탈리 포트만)는 영화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입니다. 그녀는 댄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 대해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본명을 숨기고, '앨리스'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이는 그녀가 관계 속에서도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앨리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에 솔직하고 순수한 인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댄을 사랑했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원하게 되었을 때 담담한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그녀가 다시 댄과 재회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이전의 앨리스가 아닙니다. 그녀는 그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이며, 결국 마지막 순간에 그를 떠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앨리스는 다시 본명인 '제인'으로 돌아갑니다. 이는 그녀가 더 이상 가면을 쓰지 않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녀는 사랑보다는 자기 자신을 선택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나 흔들리는 진정한 사랑
안나(줄리아 로버츠)는 사진작가로,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안정적인 사랑을 원하지만, 동시에 욕망에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녀는 래리와 결혼하지만, 댄과의 관계에서도 쉽게 마음을 주며 불륜을 저지릅니다. 그녀의 심리를 분석해 보면, 그녀는 사랑을 선택하는 주체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의 흐름 속에서 쉽게 흔들리는 인물입니다. 특히 그녀가 래리와 헤어지려고 할 때, 래리는 "너는 항상 불행할 거야"라고 말합니다. 이는 그녀가 어떤 관계에서도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결국 그녀는 래리에게 돌아가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니면 단순히 익숙함을 택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래리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래리(클라이브 오웬)는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는 사랑을 소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며, 상대방이 자신을 떠나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그는 안나를 강하게 사랑하지만, 그녀가 댄과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되자 극단적인 감정 변화를 보입니다. 그는 안나를 용서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그녀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도록 강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래리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사랑 방식은 다소 폭력적입니다. 그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소유로 만들려는 집착을 보입니다.
결론 사랑과 관계의 본질
클로저(Closer)는 사랑과 욕망, 집착과 배신이 뒤엉킨 네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흔히 겪는 연애의 복잡한 감정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와 달리,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본능과 모순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댄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진정한 헌신을 하지 못하고, 앨리스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결국 떠나갑니다. 안나는 사랑과 욕망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방황하고, 래리는 사랑을 소유하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결국, 클로저는 해피엔딩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한지를 보여주며, 관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각 인물의 심리와 행동이 더 깊이 이해되며, 우리가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던 믿음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랑과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결국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